90 노모의 오해!!

 

손자가 아파트 문을 잠궈버리고는 열어주지 않는다고...

 

< 어머니 방 유리창에 붙에 놓은 가족 일정표 >

 

  아흔 살이 되신 어머니에게 전자키는 무효다.

아무리 비밀번호를 알려 드려도 절대로 기억하지 못하신다. 결국 건전지를 제거하고 사용하지 않을 수 밖에...

그런데 이번에는 현관의 잠금장치가 문제이다. 단추같은 버튼을 살짝 누르면 열리는데 찾아서 하시기가 무척 힘들다. 아파트에서 밖으로 나가시면서 버튼을 누르지 못해 열지 못하시는 것이다. 그러니 손자가 나가면서 문을 잠궈버렸다고 화를 내시는 것이고 이런 오해는 아무리 아니라고 설명 드려도 풀리지 않는다.

 

  문제는 문밖에 사람이 왔을 때이다.

밖에 온 사람이 현관 키를 가지고 있으면 좋은데, 그렇지 않으면 어머님이 열어 줘야 한다. 그런데 열어 주지 못하시는 것이다. 어찌어찌해서 결국 열었다고 해도 밖에서 온 사람도 어머님도 화가나고 지치게 마련이다. 결국 아파트 현관 열쇠를 무려 10개를 맞췄다. 누구던 밖에서 들어갈 때면 밖에서 열고 들어가라고 모두들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그래도 문제는 남아 있다.

키를 사용해 문을 열어도 안에 겹으로 된 잠금장치는 밖에서 열지 못하는 것이다. 빠끔히 열린 문 사이로 내다 보며 어머니를 외쳐 부른다. 하지만 귀가 어두우신 어머니가 때 맞춰 듣고 문을 열어줄리는 만무하다.

밖에서 온 사람은 초인종을 누르고, 소리 치고 한동안 진을 빼고서야 어떻게든 어머님이 문을 여시도록 하고서야 들어갈 수 있다.

 

우리 어머님은 치매는 아니시다.

하지만 전자키의 비밀번호나 전기밥솥의 취사 버튼 등은 절대 사용하시지 못하신다.

그러시면서 때로는 엉뚱한 오해를 하신다. 그리고 이 오해는 아무리 풀어 드리려 해도 풀리지 않고 오래 간다.

 

한 번은 손자가 이불빨래를 가지고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고 할머니가 싫어서 이불을 싸가지고 나갔다고 하신다. 아무리 세탁하려고 가지고 나간 것이라고 해도 노화를 거두시지 않으신다. 잊지도 않으시고 거의 두어 달을 가족들을 닥달을 하신다.  이런 일이 잦다 보니 지친다.

 

그래도 어머님이 계셔서 즐겁고, 때로 옛 생각을 즐기시는 어머님이 고맙다.

어머니, 오래오래 사세요~~

 


 


 

 


 .밝 누 리.
 [밝은 우리의 온 삶터]

Posted by koreanuri@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