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청산별곡에 취한 가을... '에졍지 가다가 드로라' 외딴 부엌을 가다가 듣노라...

koreanuri@hanmail.net 2012. 10. 30. 16:16

청산별곡에 취한 가을... '에졍지 가다가 드로라' 외딴 부엌을 가다가 듣노라...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살어리 살어리랏다 바라래 살어리랏다
멀위랑 다래랑먹고 청산에 살어리랏다                   나모자기 구조개랑 먹고 바라래 살어리랏다
얄리 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얄리 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이리공 뎨리공 하야 낮디란 디내 왔온지어              가던새 가던새 본다 물아래 가던새 본다
올이도 갈이도 없는 밤이란 또 엇디 하리라             잉무딘 장길란 가지고 물아래 가던새 본다
얄리 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얄리 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울어라 울어라 새여 자고니러 울어라 새여
널나와 시름한 나도 자고니러 우니노라
얄리 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가을이 깊었습니다.
11월이면 가을의 끝달이 됩니다.
임진년 흑룡의 해도 이렇게 저물어 갑니다.


청산별곡 위의 5개연은 내가 외우고 있어서 지금 위에 옮겨 보았습니다.
역시 '청산별곡'은 가을을 노래한 시가(詩歌)이지요?
'멀위랑 다래랑 먹고...'. 요즘이라면 '머루랑 다래랑 먹고...'가 되겠지만 1960년대 어려서 산에 올라 따 먹었던 산과일들이 분명합니다.  잘 모른다 해도 머루포도와 양다래를 보면 어떻게 생겼을지 짐작이 갑니다.

 

                                                 <머  루>                       

                                                                    

                                                                                     <다  래>


청산별곡이 바다도 노래하고 냇물도 노래하고 여러 연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첫 연에서 '멀위와 다래'가 있으니 가을을 노래한 것이 맞으리라 생각 합니다.  설혹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첫연에 있으니 청산별곡에서 가을의 정취를 만끽한다고 하여 문제 될 것은 없을 것입니다.

 


우리말은 참 아름답습니다.
청산별곡은 '살어리 사라어랏다'  'ㄹ'이 연음으로 이어져 혀를 굴리며 읊어야 제 맛이 납니다.,
'얄리 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도 마찬가지 입니다.

 


위의 연 말고 더 있는데 입안에서 뱅뱅 맴돌뿐 튀어 나오지 않아 찾아 보았습니다.
그런데 청산별곡이 8연이나 되고 아래의 3개 연이 더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위의 5개연은 내가 대강 그 뜻을 아는데 아래 3개 연은 뜻을 모르겠기에 찾아 보았습니다.

 

어듸라 더디던 돌코 누리라 마치던 돌코                 어디다 던지는 돌인가 누구를 맞히려는 돌인가
믜리도 괴리도 업시 마자셔 우니노라                     미워할 이도 사랑할 이도 없이 맞아서 울고 있노라.
얄리 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가다가 가다가 드로라 에졍지 가다가 드로라          가다가 가다가 듣노라 외딴 부엌을 지나가다가 듣노라
사사미 짐대에 올아셔 해금을 혀거를 드로라          사슴이 장대에 올라가서 해금(奚琴)을 켜는 것을 듣노라.
얄리 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가다니 배브론 도긔 설진 강수를 비조라                가더니 불룩한 술독에 진한 술을 빚는구나.
조롱곳 누로기 매와 잡사와니 내 엇디 하리잇고     조롱박꽃 모양의 누룩이 매워 붙잡으니 나는 어찌하리오.
얄리 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참 풍류진객이 따로 없습니다.
'미워할이도 사랑할이도 없이 맞아서 울고, 사슴이 해금 켜는 것을 듣고, 조롱박꽃 모양의 누룩이 붙잡아 어찌할 것이냐?'는데... 휴~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정말 멋 있습니다.

 


옛 시가를 보면 우리말의 뿌리가 짐작이 갈 때가 간혹 있습니다.
'에졍지 가다가 드로라'의 '에졍지'가 그렇습니다.
이는 국어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말인데 나는 어려서 부엌 보다는 정제라고 하였습니다.
"에졍지'에서 부엌 즉 정제의 옛말이 '졍지'이고 '에졍지'가 외딴 부엌이라는 것도 알았습니다.

 


역시 시는 운율이 있고 앞뒤의 문맥이 통하여 막힘이 없어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청산별곡의 옛말을 알고나니 문맥이 잘 통하는데다가 'ㄹ'자를 울리는 운율이 기가 막힙니다.

 


가을의 한 가운데, 올 겨울은 아주 추울 것이라는 예보를 눈앞에 접하면서 청산별곡으로 가을의 정취에

젖습니다.
아직 가을이 한 달이나 남았습니다.
임진년의 가을, 11월을 멋있게 보내야 하겠습니다.

 

 

 


 

 

 

.밝 누 리.

[밝은 우리의 온 삶터]

-밝은 밝음이며, 온은 따뜻함(溫)이고 모두(全 온통)이며, 누리는 살아가는 세상이고 살아가는 역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