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고 나더니 참 화창합니다. "다 함께 차차차(차차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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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노세 젊어서 놀아 늙어지면 못노나니...
아닙니다. 노소동락의 시대가 되었으니 위 노래의 가사를 바꾸어야 할텐데 뭐라 바꿀까요?
올 봄에는 젊어노는 게 아니라 젊은이와 앞선이들이 모두 함께 신나게 놀아 봅시다.
< 화란춘성을하고 만화가 방창을 하니 꽃보면 즐겁고 술보면 반갑다. >
♪ ♬~ 노세노세 젊어서 놀아 늙어지면 못노나니
화무는 십일홍이요 달도 차며는 기우나니라
얼씨구 절씨구 차차차(차차차)
지화자 좋구나 차차차(차차차)
화란춘성 만화방창 아니노지는 못하리라
차차차(차차차) 차차차(차차차) ~♬ ♪
화창이란 말은 위 노래의 만화방창에서 유래한 말이겠지요?
위 노래의 제목이 아마 "다함께 차차차"일 것입니다. 아닌가요? 오래전 작고하신 서영춘 선생님의 만담에 "화란춘성을허고 만화가 방창을 허니 꽃보면 즐겁고 술보면 반갑다 이거야 내말은~ 막걸리 한 잔에 세상이 돌짝만 해지는구나~"하는 대사가 등장하는데 좋은 봄날 입니다.
난 위 노래를 정확히 배운적이 없어서 가사가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려서 부터 주변사람이라지만 주로 어른들이 부르는 노래를 듣다 보니 기억하게 된 것이고 그러니 가사뿐 아니라 노래가락도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간혹 이 노래를 불러 보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참 놀기를 잘하고 좋아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곤 하였습니다. 배우지도 않았으면서 내가 가사를 이만큼 기억하였으니 말입니다.
오늘(2013.04.24 수요일) 비온후의 날씨가 화창합니다.
화창을 뜻하는 노래를 찾다가 위 노래를 찾았고, 이어서 미친 생각이 화무가 무엇일까 였습니다. 화무花無일까 화무花茂일까?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일까? 화무십일홍花茂十日紅일까? 한글전용세대를 살아온 나로서는 둘 중에 어느 것이 맞을까를 측량하기가 어렵습니다. 혼자 나름대로 풀어 보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은 열흘 붉은 꽃이 없다는 것 같고 화무십일홍花茂十日紅은 붉은 꽃이 열흘 무성하기 어렵다는 것 같은데, 어느 것이 맞을까? 네이버 지식사전에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으로 나오는데, 그래도 여전히 의구심은 남습니다.
이제 처음말한 화창和暢으로 돌아가 봅니다. 아무래도 화란춘성花爛春城 만화방창萬和方暢에서 맨 첫 글자와 맨 끝 글자를 따온 것 같은데? 그러면 화창花暢인데, 그런데 만화방창萬和方暢의 둘째 글자와 네째 글자를 맞춰 화창和暢이라니 이도 꼭 그럴까? 궁리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생각의 켜를 한 층 더 올립니다.
달도 차며는 기우나니라? 이 가사에서 삼국사기에 실린 의자왕의 달 이야기에 미칩니다. 백제의 마지막 왕인 의자왕이 망하기 1년전(659년?)에 궁궐정원에서 파낸 거북이 등에 신라는 반달(半月)이고 백제는 보름달(滿月)이라는 글자가 쓰였었다고 합니다. 의자왕은 신하들에게 무슨 뜻이냐 물었고, 옳곧게 신라는 커가는 달이고 백제는 가득차서 줄어들 달이니 신라가 흥하고 백제가 쇠한다고 하자 목을 베었다던가? 그리고는 다른 신하가 신라는 반달이니 쇠잔하고 백제는 만월이니 흥성하다고 풀자 상을 주었다던가? 삼국사기를 찾아보기 싫고, 그래도 위 내용과 비슷한 내용이 삼국사기에 실려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풍납토성에서 확인된 갑골. 백제의 선조가 부여계였고, 나라의 길흉을 점칠 때 사용했음이 드러났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경향신문에서 사진캡쳐
말이 옆으로 새는데, 거북의 등에 글자가 새겨졌다는 것은 백제가 망하는 때 까지도 우리나라에서 갑골을 사용하였다는 것이라고 합니다. 갑甲은 거북이, 골骨은 소나 말 사슴 등의 어깨뼈를 말하는데 갑골문화라 하면 갑골로 점을 치는 것을 말하고 갑골문자는 초기의 갑골엔 글자가 없다가 차차 갑골에 글자를 새겨 점을 치게 되자 갑골에 글자가 남게 된 것을 말하는데 글자가 새겨진 갑골은 출토된 갑골의 1/10도 되지 않고, 갑골문화를 지나支那의 은허殷墟유물로 생각하기 쉬운데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갑골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김수로왕의 '거북아 거북아 네 목을 내놓아라 그렇지 않으면 구워서 먹으리'하는 구지가龜旨歌도 바로 갑골문화의 흔적이라는 것이지요. 이 내용은 선문대 이형구 교수의 강좌에서 들은 내용을 두서없이 정리한 것입니다.
의자왕이나 김수로왕이 모두 거북의 등이나 배의 뼈에 글자를 새겨 점을 쳤을까요? 고대에는 왕이 제사장을 겸하여 제정일치 사회였다니 그럴 수도 있을 것입니다.
화창한 날씨 앞에 별 생각을 다하였습니다.
퇴영이 아닌 쾌락이야말로 인생에서 중요하다고 하였습니다. 즐기며 사는 게 왜 나쁘겠습니까? 바야흐로 화란춘성하고 만화방창하니 아니 노지 못하겠습니다.
노세노세 젊어서 놀아 늙어지면 못노나니...
늙어지면 못놀다니? 노소동락의 시대가 되었으니 위 노래의 가사를 바꾸어야 할텐데 뭐라 바꿀까요?
올 봄에는 젊어노는 게 아니라 젊은이와 앞선이들이 모두 함께 신나게 놀아 봅시다.
.밝 누 리.
[밝은 우리의 온 삶터]
-밝은 밝음이며, 온은 따뜻함(溫)이고 모두(全 온통)이며, 누리는 살아가는 세상이고 살아가는 역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