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칠월백중이 부모은중의 날인데...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따로 있었으면 좋겠다.
가정의 달이라지만 5일과 8일은 너무 가까운 것 같다. 어린이 어버이를 모두 챙겨 잊지 말아야 하겠지만
매년 숨이 가쁘다. 거기에 또 며칠 지나면 스승의 날이 닥치니 좋은 날들이 너무 자주 닥쳐 정성을 모으기에 힘이 들기도 한다.

  

   어제(2013.05.02 목요일) 여섯 살 아이에게 어린이날 선물 두 개를 주었다.

 

하나는 아기 인형인데 밧데리를 끼우자 응애응애 우는 소리를 내는가 하면 눕히면 잠잘 때 아이가 숨쉬는 소리를 내며 안고 있으면 까르륵 웃기도 하고, 어떤때는 옹알이를 하기도 한다.  이 인형을 받아든 아이는 장난감 젖병을 입에 물리기도 하고, 안고 자장자장하고 토닥이기도 하고 인형과 떨어지지 않고 논다.

  또 하나는 가방 인형의 집이다.
외형은 플라스틱으로 된 가방인데 가방을 열면 안에 집이 나오고 방, 침대, 냉장고 등 가전제품, 위층, 아래층, 마당 등의 집안 구조가 형성 되고, 거기에 예쁜 아이가 두갈래로 머리를 딴채 앉아 있다. 이 인형의 집에도 아이가 푹 빠져 들었다.

 

 

오늘은 길을 가다보니 화원을 만났는데 카네이션 화분을 적어도 200여개 정도 분갈이를 하고 있었다.

아뿔사 어머님께 어버이날 선물도 준비해야 하는데, 애에게는 이미 선물을 했으면서 어머니 생각을 못하고 있다니...
8천원 부터 1만 오천원이라는 카네이션 화분을 바라보며 머리속에 생각이 분분하다.


어머니가 인슈린 주사를 맞기 시작하셨다.
신장이 안 좋으셔서 두 달에 한 번씩 병원에 다니시는데, 투석직전이라는 의사의 진단을 받고 있는데 그동안 그런대로 조절이 되던 혈당이 600을 넘어 더는 미룰 수 없어 오늘 아침부터 인슐린 주사를 투여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어머니가 집에 함께 계실때는 걱정이 없지만 혼자 계실때가 많으니 걱정이다.  혈당계를 한 번도 혼자 사용하여 보시지 않은 어머니께 혈당계는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될까 걱정이 된다. 그래서 혈당계는 포기 하였다.


팔순을 훌쩍 넘기신 어머님이 혼자 찬을 마련하여 밥을 드셔야 하고 또 인슐린 주사도 혼자 맞으셔야 한다고 생각하니 걱정을 떠나 무슨 다른 방법이 없을까 궁리를 하여 말씀을 드려도 모두 거절하신다. 아들네 집도 마다, 딸네 집도 마다, 요양시설도 마다, 병원에 얼마동안 입원하시자고 해도 마다, 그냥 혼자 계시겠다는데 이번 어버이 날도 혼자 계시겠다고 고집이시다. 혼자 길을 다니시다가 행방을 몰라 119에 신고하여 위치추적을 하고 경찰이 출동하여 겨우 찾는 법석을 당하시고도 굳굳이 혼자 생활하시겠다는 고집을 아직은 건강하셔서 그렇겠거니 하고 참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별로 좋진 않지만 그리고 좋아하실지 모르지만 이번 어버이날에는 혼자 간편하게 요리하여 드실 수 있는 국종류와 찬종류를 보내드리기로 하였다. 이도 내가 직접하면 나는 효孝를 하는 게 되지만 애들에게는 배을 게 없다는 생각에 애에게 인터넷에 접속하여 할머니께 보내도록 한다. 말로만 하는 효孝 보다 몸으로 하는 효를 익히게 하기 위해서 내가 고안해낸 방법이다.  그래서 육계장2 곰탕2 우거지탕3 올갱이국3 뚝배기불고기3 뼈다귀해장국2 등 모두 15봉지의 국과 탕을 보내기로 하였다. 곁들여 인터넷을 뒤져 보니 11종 반찬세트가 눈에 든다. 열무김치 나박김치 해초무침 도라지무침 멸치볶음 돼지고기장조림 취나물 고사리 창란젓 새우젓 배추겉저리 등 11가지를 골랐다. 애가 주문을 마치고 끝났다기에 할머니께 전화드리라고 하였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그리고 얼마 후에는 스승의 날(매년 15일)이 닥친다.

카네이션이 왜 어버이께 드리는 꽃이 되었을까?

    < 도로교통공단 2012년 5호에 28쪽에 소개된 카네이션 http://me2.do/FgqmKQtW >


 칠월 백중(매년 음력 07월 15일) 이 부모은중의 날이라고 한다.
나 어렸을 때만 해도 백중은 큰 명절은 아니지만 차례를 지내는 명절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이제는 백중이 무엇인지 조차 가물가물하여 지고 말았다.


음력 7월 백중 무렵이면 복숭아가 맛있게 익는다.
복숭아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 천도복숭아라 하여 수명을 늘린다고 하지 않는가? 그래서 백중이 부모은중의 날이 되었는지 모르지만 해마다 백중무렵이 되면 마음 바쁘게 복숭아를 고른다. 이가 부실하신 어머님을 위해 까먹을 수 있는 하얀 복숭아를 골라 드실 수 있도록 마련한다.


부모은중의 날을 나 혼자라도 지켜야지...
칠월 백중이면 부모은중의 날로서 생각하고 아버님 살아 계실 때는 부모님을 찾았고 돌아가신 후로는 내 딴에는 어머니가 잘 잡수실 것 같은 복숭아를 골라들고 어머님을 찾지만, 이런 좋은 날을 잊어가는 우리 사회가 야속하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따로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민족이 예로 부터 지켜오던 부모은중의 날 칠월 백중이 있지 않은가? 칠월 백중을 어버이날 혹은 부모은중
의 날로 하였으면 좋겠다.



 


 



.밝 누 리.

[밝은 우리의 온 삶터]

-밝은 밝음이며, 온은 따뜻함(溫)이고 모두(全 온통)이며, 누리는 살아가는 세상이고 살아가는 역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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