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와 수세미와 가을맞이... 푸른하늘에 얽흐러 섥흐러진...

 

가을하늘 공활空豁한데 높고 구름없이...
애국가가 아니라도 간혹 우리나라의 가을 하늘은 과연 아름답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공활空豁? 애국가를 4절 까지 모두 부르는 일이 드물지만 간혹 3절을 부를 때면 공활空豁이 무슨 뜻일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높고 구름없는 하늘을 우러르기도 하였었다. 이젠 공활空豁이 '텅비어 넓다'는 뜻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공활空豁이란 노랫말에 이르면 생경해 하면서 높고 푸른하늘을 우러른다.
가을이 되었으니 하늘이 높고 푸를 수 밖에 없겠지만 올해는 엉뚱하게 대문위에 피어 있는 수세미꽃과 능소화에서 그 푸르름을 보았다.

 

                               < 높고 푸른하늘을 배경으로 노랗고 빨갛게 핀 수세미꽃과 능소화 >

 

올 봄에 수세미 세 그루를 대문옆에 심었다. 여름내내 꽃만 피울뿐 수세미가 달리지 않는다고 불만인채 지냈는데 늦여름이 되면서 수세미가 보이더니 세 개의 수세미가 탐스럽게 달렸다. 가을에 들면서 그 모습이 좋아 사진을 담다 보니 푸른 가을하늘이 눈에 들어 온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하여선지 수세미 꽃이 저토록 노랗고 예쁘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능소화는 겨울을 지내면서 벋어 있던 줄기가 모두 죽고 올(2013년) 봄에 새줄기가 벋으면서 초여름에 이르도록 꽃이 피지 않아 올해는 꽃을 못보려나 했다. 가로늦게 여름의 가운데 들면서 한 송이씩 피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주황색에 가까운 짙은 빨간꽃이 제법 피었다. 다른집의 능소화는 활짝 피는데 왜? 꽃송이의 끝이 오무라져 피었을까? 병일까? 아니면 종류가 달라 그럴까? 흔히 보는 활짝핀 능소화와 다르지만 그래도 예쁘다.
* 우리집 대문위에 얽힌 수세미꽃과 능소화속의 수세미 <== 클릭   http://youtu.be/SDlEP6vE8L8

 
          < 수세미와 능소화의 줄기를 대문 철난간에 몇 차례 묶어 주었더니 얽혀서 꽃이 피고 수세미가 열렸다. >


난 오래도록 카메라를 갖지 않았다. 아니 카메라를 개인이 갖는 시절을 살지 못했다고 하는 것이 맞는 말일까? 학창시절에는 카메라를 디피사(*)에서 빌려서 썼다. 흑백사진 시대가 지나가 컬러사진이 등장하면서 몇 차례 카메라를 샀지만 지금은 모두 곁에 없다.
( * 디피사. 흑백사진을 빼어주던 카메라 점을 이렇게 불렀다. 어원은 모르겠다. 사진관을 디피사라 부르기도 하였다. )
디지털카메라(이하 '디카'), 휴대폰에 '디카'가 들어가 휴대폰내장카메라(이하 '폰카')가 일반화 되기 전에는 제법 비싼 물건이었다. 내 휴대폰의 '폰카'는 지금도 200만 화소다. 비싼 '디카'를 '폰카'가 대신하니 사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언젠가 북한산에 올라 친구들과 '폰카'로 찍은 사진을 게시판에 올렸는데 해상도가 영 맘에 들지 않았다. 새삼 '디카'를 사기도 그렇고 '폰카'는 맘에 들지 않고, 그래서 한동안 사진을 잊고 지냈다.


그런데 '디카'의 값이 많이 싸지고 삼성에서 판매하기 시작하더니 이젠 10만원 이하에도 살 수 있게 되었다. 이 글의 사진과 동영상은 인터넷쇼핑몰에서 행사가로 66,000원에 샀다. 1600만 화소이고 동영상을 찍을 수 있다. 값이 싸면 낭비를 하게 마련인가? 또 다른 '디카'를 역시 인터넷쇼핑몰에서 45,600원에 샀다. 두 카메라 모두 몇 년 전에 비쌌던 '디카'보다 월등히 좋다.


지금은 '디카'를 손에 들고 다니게 되었다. 간혹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촬영하는데 대문위의 수세미와 능소화를 촬영하다가 올 가을의 첫 푸른하늘을 보았다. 대문의 오른쪽엔 수세미 세 그루가 왼쪽에선 능소화 줄기가 벋기에 몇 차례 묶어 주었더니 이제는 얽흐러 졌다. 신고산 타령에 그런 가사가 있던가?


 " ♬~ 삼수갑산 머루 다래는 얽흐러 섥흐러 졌는데 ~♬~ 나는 언제나 임을 만나 얽흐러 섥흐러 질거나 ~♬~ 어랑 어랑 어허야 어허야 디허야 네가 내사랑 이로다 ~♬ "


우리집 대문위의 철난간을 타고 오른 수세미와 능소화가 그렇게 얽혀 다투어 꽃을 피운다. 이젠 수세미 세 개가 탐스럽게 달렸다.

 

* 가을맞이/ 윤춘병 요/ 장수철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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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살랑살랑 실바람을 잡아 타고서
                        오색 가을 넘실넘실 넘날아오네
                        산에도 들에도 예쁜 꽃으로 수를 놓으며
                        바다 건너 산 넘어서 가을이 오네
                        소를 모는 목동들은 노래부르고
                        코스모스 방실방실 웃으며 맞네


              ♬~ 2. 둥실둥실 흰 구름을 잡아 타고서
                        금빛 가을 넘실넘실 넘날아오네
                        산에도 들에도 붉은빛으로 옷을 입히며
                        바다 건너 산 넘어서 가을이 오네
                        돌돌돌돌 귀뚜라미 노래부르고
                        팔랑팔랑 예쁜 새들 춤추며 맞네

 


가을이다.
지난해 가을에는 조롱박 터널을 보러 갔었다. 쇠파이프로 터널 모양을 만들어 박, 조롱박, 수세미 등을 가꾸어 놓았는데 거의 100여m의 터널에 주렁주렁 달린 박과 조롱박과 수세미가 몇 덩이 따 가지고 싶었었다. 지난 주말 그 조롱박 터널 옆을 지나면서 어머니가 차에 계신데다 바쁘니 다음에 가자고 하였다.

그런데 옆에서 듣고 있던 아이가 그런다.


 " 아~ 나도 조금 생각나.. 호스에 물이 많이 샜잖아!! "


헛! 과연 그렇다. 지난해 다섯 살 아이를 데리고 갔을 때 조롱박 터널 전체에 호스를 연결하여 물을 공급하고 있었는데 여기 저기 물이 새서 바닥에 물이 흐르고 쏘아지는 물을 피해 다니면서 옷을 좀 적시기도 하였는데 아이가 그 때일을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다섯 살 때의 일을 저 만큼 기억하였으니 평생 잊지 않겠구나 하였다.

 

 

흐르는 노래는 가을이면 내가 즐겨 부르는 노래이다.
" 살랑살랑, 오색가을, 넘실넘실, 방실방실, 둥실둥실, 돌돌돌돌, 팔랑팔랑 "
동요이지만 이런 노랫말과 함께 가을 노래를 부를 수 있어서 좋다.

 

 

                    < 집 대문을 드나들 때만다 고개를 들어 수세미꽃과 능소화를 보면서 푸른하늘도 살핀다. >

 

 

 

 

 

수세미 셋을 따면 약으로 다려 어머님께 드릴 생각이다.
더 늦으면 너무 익어 약효가 없지 않을까? 어디 알아볼 곳도 없고, 어떻게 할까? 약을 다리면 맑고 푸른 하늘을
뒤로한 수세미를 더는 볼 수 없게 되겠지만 살랑살랑 오색가을이 어디 가겠는가?


가을하늘 공활空豁한데 높고 구름없이 바다 건너 산 넘어서 오는 가을을......

 


 

 










.밝 누 리.

[밝은 우리의 온 삶터]

-밝은 밝음이며, 온은 따뜻함(溫)이고 모두(全 온통)이며, 누리는 살아가는 세상이고 살아가는 역사 입니다-

Posted by koreanur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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