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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12.30 먹는 정성. 흘러가는 물도 떠 줘야 공이 된다는데...

 

먹는 정성. 흘러가는 물도 떠 줘야 공이 된다는데...

<사진> 1. 싹이 난 감자


지난해 여름에 거둔 감자 몇 박스가 아직도 먹지 못하고 쌓여있다.
그런데 얼까봐 실내에 들여 놓았더니 일제히 싹이 돋았다.
이렇게 싹이 돋으면 맛도 없고, 건강에 해로울까 염려도 되고...


먹는 것도 큰 정성이라는 생각이 불현듯 든다.
난 어렸을 때와 청장년기보다 지금은 1/4 정도로 식량이 줄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닌 것 같다.
옛 놋쇠그릇에 고봉으로 수북히 담아 먹던 밥은 이제는 자취를 감춘 것 같다.
놋쇠 그릇과 같은 스텐그릇까지 오랜세월을 밥을 퍽 많이 먹고 살았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공기밥으로 줄어 들었고, 약간 허기진다 싶어 두 공기를 먹기도 하였는데, 이제는 한 공기도 벅차다.


그러니 밥의 양이 적어 찬도 적게 먹게 마련이다.
무슨 찬이고 마련하면 먹다 지쳐 잔밥으로 나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지난 가을에 캔 고구마도 박스채 쌓여 있는데 간혹 고구마를 삶아 내놓거나 찬으로 먹긴 하지만 줄어들지 않는다.
어려서 부모님과 나의 5남매 등 일곱 식구가 하나씩만 먹어도 7개가 없어졌기에 고구마 한 바구니 쪄 놓아 봐야 금방 없어졌는데 일곱살 아이와 세 식구가 단촐하게 사는 지금 쪄 놓은 고구마가 결국 시커멓게 되다가 말라서 못 먹고 버리는 일이 잦다 보니 점점 고구마 먹는 것도 큰 일이 되고 말았다.


우리 아버님이 생전에 늘 하시던 말씀이 있다.

 "설움 설움 배고픈 설움이 가장 큰 설움이다."

 

1970년대 중반, 놋쇠 그릇에 이어 스텐 그릇으로 고봉 밥을 먹던 내가 군대를 갔으니 어찌 배가 부를리 있겠는가?
흔히 군대에서 배고파 고생했다는 말을 하는이들을 보는데, 생각해 보면 급식량이 적어서이기도 했겠지만 워낙 많이 먹던 식습관도 장병들을 배고프게한 요인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겠다. 

<사진> 2. 건조기에 건조하고 있는 삶은 고구마

 

고구마, 수확이 많으면 재앙이다.

미처 먹을 수 없으니 조금씩 썩어가는 것을 보며 애가 탄다. 껕은 멀쩡한 것 같아도 조금이라도 상한 고구마는 생으로 깍아 먹거나 쪄 먹거나 요리를 하여 먹거나 어떻게 먹어도 쓴맛이 입안을 채워 곤란하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생각해 낸 것이 쪄서 건조기에 건조하는 것이다. 그러면 제법 오래 보관할 수 있고, 아이도 싫어하지 않을 만큼 제법 간식거리가 되지만 쪄서 건조하면서 먹는 정성 못지 않게 손이 많이 가니 문제이다.

 

나는 농삿군이 아니다.

간혹 주말에만 겨우 겨우 시간을 내어 감자 깨 콩 들깨 파 배추 무 고구마 야콘 등을 씨앗이나 종자만을 파종하고 농약 한 번 치지 않고, 변변히 시비도 하지 않은채, 제초작업도 하지 않아 풀이 우거진 속에서, 그러니 유기농산물이라고 강변하며 수확물만 거두어 먹으면서, 그나마 이렇게 먹지 못해 거름터에 부으니 이것도 곡식의 윤회련가?

뭐니 뭐니 해도 이제는 먹는 정성이 귀한 세상이 되고 말았다.

흘러가는 물도 떠 줘야 공이된다는데, 나누기도, 나눌이도 찾기도 어려우니...
어쩌겠는가? 정성을 다해 먹어야 사진처럼 싹이 나서 버려지는 감자가 없고, 먹을 수 없어 건조기에 말려야 하는 고구마가 없고, 먹는 것을 소홀히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 위의 사진 1. 2는 내가 집에서 촬영 =

<사진> 1. 싹이 난 감자
           2. 건조기에 건조하고 있는 삶은 고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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