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회, 경포대와 제주와 포항과 울릉도에서 물회를 즐겼지만 집에서도 즐기고 싶다.

 

 

  바닷가에 가면 생선회를 먹기 마련이다.
그런데 물회라는 생각지 못한 음식이 있다. 이제는 물회도 여기저기 많이 먹는 음식이 되었는 것 같다.
난 1980년 강릉에서 처음 오징어물회라는 색다른 음식을 맛 보았다. 그러고선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1980년대
말쯤 제주도의 어느 시골 골목안의 조그만 대포집 할머니가 요리한 자리돔물회를 맛보았다. 다음은 포항에서 맛본 물회이다.

  보통 회는 마른 천으로 꾹 짜서 물기를 없애고 먹는다. 그래야 포뜬 살이 물러지지 않고 쫄깃쫄깃하고 맛이 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선을 잘게 썰어 물에 말아 먹는다는 것이 처음엔 이상했다. 하지만 물회는 생선회와 른 맛을 선사한다. 물회는 따로 철이 먹는 철이 없지만 여름에 더울 때 얼음을 띄워 시원하게 먹는 것이 제 일 것이다.

 

                                          < 물회. 오이냉국을 즐긴다면 얼큰한 물회를 맛 볼 일이다. >


  1981년이나 1982년 경에 난 강릉 출장을 가게 되었다.
지방의 금융기관에 근무하는데 멀리 강릉까지 출장명령을 받아 출발한 것이다. 당시 나는 20대 후반이었는데 그 전에도 강릉을 두어 차례 가 봤지만 이렇게 혼자 가는 것은 처음이어서 설레이는 마음으로 출발하였다. 1980년대 초에도 영동고속도로는 뚫려 있었다. 지방에서 기차로 올라 왔던듯, 어떻게 고속버스를 타지 않고 기차를 탈 생각을 하였는지 청량리 역에서 22시반 쯤에 출발하는 열차를 타려고 했는데 만석이 되어 표를 구하지 못해 낭패를 보게 되었다.


이를 어쩌나.. 망연하여 어디서 저녁을 지낼까 거리를 지나는데 누군가가 호객을 한다. 베스타를 타면 1만 원에 강릉까지 데려다 준다는 것이다. 지금 아직 자리가 있으니 타라고 한다. 난 망서리지 않고 차에 올랐다. 거의 한 시간을 기다려 차가 만석이 되어 자정이 다 된 시간에 출발하였다.


대관령을 불법영업행위를 하는 베스타를 타고 넘는다. 위험한 일이다. 지금도 그런 교통편이 있을까? 산을 넘고 들을 건너 구불구불 대관령을 넘는다. 우와~ 새벽 02시가 지난 시간이었을 것이다. 대관령 꼭대기에 안개가 자욱하여 거짓말 않고 5m 앞도 보이지 않았다. 내가 마침 앞 자리에 앉았기에 확실히 볼 수 있었다. 헤드라이트를 켰지만 안개만 비칠뿐 앞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 차의 운전기사는 늘 겪는 일인듯 중앙선의 노란 라인만을 따라서 잘도 달린다. 당시는 고속도로지만 중앙선이 노랗게 칠해져 있는 왕복 2차선 도로였던 것 같다. 이렇게 중앙선의 노란 라인을 따라 대관령을 넘었다.


그렇게 강릉 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하여 차를 내린 시간이 03시 30분 쯤이었다.
시간이 어중간하여 참 마땅치 않았다. 아직 대중교통이 움직이지 않고 그렇다고 잠시후면 날이 샐텐데 숙소에 들기도 그렇고 막연하여 가방을 들고 거리를 배회하였다.
  그런데 방범초소인지? 순경이 그런 나를 수상하게 보았는지 부르더니 신분증을 내 놓으라고 한다.

때도 컴퓨터가 있었을까? 1980년대 초였으니 아직 없을 때였을 것이다. 경찰서면 몰라도 그렇게 순경들이 야간에 근무하는 방범초소에 컴퓨터가 있을리 없다. 그러나 전화가 있다. 그 순경이 전화로 조회하고, 기다리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한 번 고소 당하여 무혐의가 된 것만 나타나지 아무 이상 없다고 가라고 한다. 헛~ 이 무혐의 처분은 그야말로 억울하게 돈을 물어준 사건이었는데 여기서는 넘어가고 후일 글로 쓸 것을 기약한다.


이렇게 05시가 좀 넘었던가.. 순경한테 물어 봐서였는지? 택시를 탓던가? 어떻게 경포대 해수욕장에서 아침을 맞게 되었다. 그리고 여기서 평생을 기억하는 이상한 일을 당하게 되었다. 엊그제 신문에 올해(2013년) 경포대에 48만 명이 넘는 피서객이 몰려 음주금지가 풀린 해변에서 즐겼다는 기사를 보았다.

하지만 1980년대 초 경포대 해변은 여느 시골 바닷가 처럼 한적하였다.


난 해수욕장의 해변에 폐선인지 거꾸로 놓인 배에 기대 앉아 아침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때였다. 어떤 낯모를 아가씨가 오더니 이상하게 나의 옆에 바짝 붙어 앉는다? 나도 20대 후반이었으니 그렇게 예쁜 아가씨가 싫을리 없다. 그러나 문제는 그 곳이 생면부지의 타향이라는 점이다. 혹시 말로 듣던 꽃뱀이 아닐까? 내가 뭐라고 말을 걸었다고 낭패 당하는 것 아닐까?


난 말 한 마디 걸지 않고 그 자리를 피해 좀 떨어진 곳에 있는 다른 곳에 가서 앉았다. 하지만 잠시 후, 이 아가씨가 다시 내 옆으로 오더니 주저하지 않고 바짝 붙어 앉는다. 이 쯤 되었으면 못 이기는 척 말을 걸고 수작을 해야 하는 것 아닐까? 겉 보기에 수수하고 끼는 전혀 없어 보이는데? 그러나 또 그 자리를 털고 일어나 되돌아 멀리 보이는 해변의 가게로 향하였다.


가게에 드니 나 말고도 다른 손님 하나가 앉아서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나도 술이라면 두주불사는 아니지만 남 못지 않게 마시는 처지여서 비록 이른 아침이지만 자리를 잡고 앉아 소주를 시켰다. 그러고는 안주를 뭘 시킬까? 아침 요기를 겸하여 밥안주(*)를 시켜야 겠구나 하고 있는데.. 어~ 이런..언제 나갔는지 소주를 마시고 있던 손님이 밖에서 들어오는데 아까 내 옆을 맴돌던 아가씨와 함께였다? ( * 밥안주: 따로 안주없이 밥반찬을 안주로하는 것)


언제 벌써 그 아가씨가 저 남자를 꾀었나?
그러거나 말거나 난 가게 주인을 불러 밥안주로 먹을만한 아침거리를 물었다. 그런데.. 그 아가씨와 함께 들어온 그 남자가 술과 안주를 들고 내 자리로 옮겨온다. 그러더니 자기가 술과 아침밥을 사겠다고 한다. 무슨 이유로??


알고보니 사연이 있었다.
서울에서 내려온 연인 사이인 남녀가 강릉 경포대에서 싸웠고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그 아가씨가 내 옆에 붙어 수작을 하여 다정한 것 처럼 보이게하여 자기 애인을 화나게 만들려고 했다는 것이다. 그 아가씨는 애인이 미워서 만약 내가 말을 걸거나 수작을 하면 무조건 따라 나설려고 했다는 것이다.  하지내가 말 한 마디 건넨지 않고 자리를 피하자 그 두 사람은 다시 화해를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믿거나 말거나?
내가 생각해도 이상한 두 사람이었지만 그 사람은 내게 물회, 오징어 물회를 먹자고 한다. 난 그 때까지 아나고(붕장어)회 정도를 생선회라고 맛 본 처지여서 물회라니 전혀 생소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 남자가 적극 권유하기에 난생 처음 물회라는 음식을 맛보게 되었다.

 

 

이렇게 처음 맛 본 바다생선물회가 이후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되었다.
이후 제주도의 큰 식당이 아닌 시골 바닷가의 허름한 대포집에서 제주도의 명물이라면서 자리돔물회라는 음식을 맛 보았고, 포항 고속버스터미널 뒷골목의 허름한, 아들이 미국 있다는 일흔이 넘은 할머니가 경영하는 대포집에서 물회를 맛 보았고, 또 울릉도의 선창가에서도 물회를 맛 보았고, 다 윗 글 만큼이나 사연이 있지만 기회가 있다면 후일 거론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전문가는 다르다.
한양대 경영학부교수이며 음식문화평론가인 예종석 교수가 물회에 대하여 쓴 글을 발췌하여 옮겨 본다.

 

 * 잘개 썬 회를 양념장에 비벼서 물에 말아 냉국처럼 먹는 별난요리이다.
 * 개운한 것이 해장음식으로도 손색이 없어서 지역에 따라서는 '생선냉국' 또는 '술국'
이라고도 불릴 정도이다.
 * 포항에는 실제로 100군데가 넘는 물회 식당이 있고, 최근에는 '포항물회연합회'라는 조직이 결성될 정도로
 물회를 사랑하는 고장이다.
 * 물회는 다양하다. 옛날에는 가자미류, 광어, 도미 등 흰살생선을 주로 사용했지만 요즘은 우럭, 쥐치, 학꽁치, 전어,
 강리는 물론 소라, 성게알, 개불, 멍게, 해삼, 전복 등 갖가지 해산물이 재료로 쓰인다.
 * 지역에 따라 강원도는 오징어와 한치, 제주도는 자리돔, 부산 눈볼대(빨간고기), 울릉도는 꽁치, 거제도는 멸치 물회
가 유명하다.
 * 물회의 맛은 재료의 신선도와 양념장이 좌우한다. 재료로는 생선회나 해산물 외에도 채 친 오이와 배 ·상추 ·당근 ·양파
 ·쪽파 ·쑥·갓 ·고추 같은 채소와 고추장이나 된장에 식초, 다진 마늘, 깨, 참기름 등을 버무려 만든 양념장이 들어간다.
 * 갖은 재료를 양념장으로 비빈 다음 생수를 좀 붓고 얼음을 몇 개 띄워 먹는다.
 * 먹는 순서도 중요하다. 먼저 회를 건져 먹은 다음 국수나 밥을 말아 먹으면 좋다.

   육수를 생수 대신 과일즙이나 매실농축액을 썪은 새콤달콤한 육수가 젊은 층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 이상. 한양대 경영학부교수이며 음식문화평론가인 예종석 교수가 물회에 대하여 쓴 글을 발췌 >

 


나는 물회가 있는 곳에 가면 될 수 있으면 물회를 주문한다.
죽변, 거진, 대진(구룡포 남쪽), 마량, 무안, 현경, 목포 등 어디를 가나 물회를 만나면 우선 주문하는 버릇이 몸에 베었다. 그 만큼 부담 없고 먹을만한데다 값도 비싸지 않아서이다. 하지만 지금은 물회값이 난데없이 춤을 추는 경향이 있다니 앞으로는 그렇게 만만하게 물회를 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도미로 하는 돔물회,  어랭이물회. 대합물회. 전복물회. 오징어물회. 한치물회. 물회의 종류를 다 말할 것은 없겠다.  포항의 구룡포 남쪽 양포와 사이의 이름모름 마을에서 할머니 해녀가 갖 물질하여 잡아올린 생선을 잘게 썰어 즉석에서 요리한 물회는 그 생선이름 마저 경상도 지방의 말이어서 모르지만 언제고 가면 다시 먹고 싶다.


집에서 물회를 요리하려면 오이냉국을 생각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생선살이나 해산물을 잘게 칼질하여 오이냉국처럼 요리한 물회, 내가 음식요리를 몰라 하는 말인지 모르지만 위에 예시한 양념을 모두 갖추어야할까? 집에서 물회를 마련하면서 굳이 양념을 모두 마련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준비할 수 있는 양념으로 요리하다 보면 입맛에 맞는 요리법도 알게 될 것이다. 물론 양념을 제대로 갖추어야 제 맛이 나겠지만 꿩대신 닭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 물회에 해삼을 좀 넣었다고 값이 곱베기가 되다니.. 맛은 더 있겠지만.. >

 

 

 


  어디나 장사꾼의 상술이 문제이다.
물회는 그렇게 비싼 음식이 아니다. 그런데 해삼, 전복, 성게알과 같이 전에는 잘 쓰지 않던 해산물을 넣어 턱
없이 비싼 값을 부르는 회집들이 있다고 한다. 그러니 어떻게 할까? 여름이면 오이냉국을 시원하게 즐기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수산시장에 나가 신선한 회감이나 해산물을 사가지고 들어 식구들이 함께 즐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나도 일찍 부터 물회를 맛 봤지만 다양한 물회 맛을 보지는 못하였다. 해장국 처럼 물회를 즐기려면 역시 집에서 요리하여 먹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어쩔거나...

 


 

 










.밝 누 리.

[밝은 우리의 온 삶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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